안녕하세요, 스파크랩 김호민입니다.
투자 생태계에 긴 겨울이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들려옵니다. 스파크랩에서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로부터도 다음달 직원들의 월급을 고민하거나, 잘 진행되던 투자 관련 협의에 먹구름이 꼈다는 등 고민 가득한 전화가 종종 걸려오고 있는데요.
사실 그 어떤 투자자도 사업을 성공시키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면 다들 사업을 하고 있겠죠. 다만, 오랜 기간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쌓은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업자가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뿐입니다.
각 회사가 처한 특정 상황에 따라 가이드라인 역시 천차만별이기에 모두에게 통용되는 조언을 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특히 B2B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신신당부하고 있는 이야기를 좀 나눠보려 합니다.
요즘처럼 투자자의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을 때일수록 창업자는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사업의 안팎을 정말 이 잡듯 파악하는 것입니다. 특히 정량적인 모든 요소를 물 흐르듯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파크랩은 영어를 잘하는 창업자만 지원할 수 있냐는 문의가 예전에는 종종 있어왔는데요. 저희는 창업자가 가장 능통한 언어는 숫자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투자자의 언어가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이야기가 실제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IR과 투자의 시작은 피피티, 마무리는 엑셀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 집행 여부의 최종 결정은 숫자에 달렸다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놓고도, '고객사의 후기가 좋았다' 정도의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표현들로만 설명하는 창업자들을 의외로 자주 만납니다. 물론 일반화는 하지 말아야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해외 창업자 대비 우리나라 창업자들이 숫자에 상당히 약한 편이라고 느낍니다.
B2B 사업의 장점은 어떤 문화권의 국가이고, 고객사의 취향이 어떤지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UX나 UI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거나 해당 국가 고객들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시간과 돈을 아껴주고 매출을 올려주는 솔루션이라면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용, 시간, 매출에 대한 명확한 지표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떤 나라이든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하며 스케일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지표들을 숫자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창업자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 비용은 몇 퍼센트나 절감해줄 수 있는지, 또는 매출을 얼마나 끌어올려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창업자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이 아닌, 해당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명쾌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세일즈는 다 된 밥상이나 다름 없는데도 말이죠.
그럼 숫자로 말하기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정말 간단합니다.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라는 새로울 것도 없는 개념에 있습니다. 유닛 이코노믹스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과 비용을 개별 단위로 설명하는 툴입니다. 제품, 서비스의 한 단위를 판매, 생산, 제공하는 데서 발생하는 수익성을 측정합니다.
유닛 이코노믹스가 새롭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 손익분기점 분석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이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도구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는 비즈니스 수익성을 예측하고 재무적인 미래를 계획하고, 해당 스타트업과 시장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근거가 됩니다.
혹여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라 해도 겁먹지 마세요. 이 글을 읽자마자 유닛 이코노믹스를 구글링해보세요. 개념부터 친절한 계산 방법 안내까지, 창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이미 무궁무진하게 존재합니다. 그래도 어렵다면 창업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창업자들로부터 조언을 얻거나, 기존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지출을 줄이고 런웨이를 최대한 늘려 버티는 것도, 죽을 힘을 다해 후속 투자를 유치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간과하는 이 숙제를 해내는지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를 통해서는 직접 계산해보실 수 있도록 유닛 이코노믹스에 대한 설명과 계산툴 등을 공유해보겠습니다.
스파크랩 플레이북을 통해 공유되는 모든 이야기는 그저 이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이 다양한 사업 이슈나 고민으로 연락을 해올 때마다 실제로 들려드리는 내용들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또는 가장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꼭 많은 창업자들이 읽으시고 필요한 부분들은 사업에 실제 적용해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질문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최대한 답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머니투데이 [UFO칼럼]에 실린 기고문을 활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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